
박성호는 아침 햇살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며칠 전 재훈 선생님과의 재회, 그 따뜻한 손길,
그리고 “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어제보다 맑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숨이 고르게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괜찮은데?”
그는 이불을 걷어내고 기지개를 켰다.
허리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났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대신 몸의 관절이 오랜 잠에서 깬 듯
부드럽게 열리는 기분이었다.
성호는 거실로 나와
7일째 적어놓은 시니어 건강 루틴 체크리스트를 펼쳤다.
- 복식호흡 5분
- 워밍업 스트레칭
- 발목·골반 회전
- 저강도 걷기 20분
- 목 이완 1분
“좋아… 하나씩 해보자.”
그는 조용히 서서 복식호흡을 시작했다.
숨이 배로 깊게 내려가며
몸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5분이 지나자
마치 뭔가 ‘조율된’ 느낌이 가슴 안쪽에서 퍼졌다.
그는 기타를 꺼내지 않았다.
오늘은 목소리만 점검해보고 싶었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
목 끝에서 떨림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래된 감격에 가까웠다.
“라—아…”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 뽑아냈다.
가슴과 복부가 함께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성호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게… 내 목소리였나?”
수십 년 동안 잊고 살았던 울림.
젊은 날 무대에서,
조그마한 동아리 연습실에서,
밤 버스의 핸들 너머로 흥얼거리던 그 목소리가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성호가 몇 번 더 소리를 내자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아내가 고개를 내밀었다.
“여보… 지금 노래한 거야?”
성호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냥… 연습 정도지.”
“아니, 아니… 목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깊고 안정적인데?”
아내는 성호의 옆에 서서
그의 가슴에 손을 가만히 얹었다.
“여보, 숨이 이렇게 안정적일 줄이야…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성호는 아내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시니어 건강 루틴… 정말 효과가 있나봐.”
아내는 밝게 웃었다.
“여보는 몰랐겠지만…
요즘 당신 얼굴 보는 게 참 좋아.”
그 말에 성호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자신을 잊고 살았는지
그제야 깨닫게 된 듯했다.
오후가 되자
성호는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저예요.”
“그래, 성호야. 어때?
오늘은 노래 좀 불러봤나?”
성호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 말했다.
“네… 그런데…
목소리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아요.”
전화 너머에서 미소가 느껴졌다.
“그럴 줄 알았다.
호흡이 돌아오면 목소리도 돌아오는 법이지.
이제 진짜 시작이야.”
성호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선생님… 제가 정말…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그리고 말이지—
다음 주부터 너한테 직접 레슨을 해보려고 한다.”
성호는 숨을 삼켰다.
“…저한테요?”
“그래. 나도 은퇴했고 여유가 있다.
네가 원한다면 다시 한 번
‘네 목소리’를 제대로 찾아보자.”
그 말은
성호에게 있어서
단순한 레슨 제안이 아니라
두 번째 삶의 초대장과도 같았다.
해가 저물고
집 안에 조용한 어둠이 깔렸다.
성호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오늘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보았다.
아침의 호흡,
첫 발성,
아내의 미소,
스승과의 대화…
하루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다시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작게 말했다.
“난 정말… 다시 살아나고 있구나.”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복부가 단단하게 채워지고
가슴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이제 그는 알고 있었다.
회복은 ‘몸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부활’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시니어 건강 루틴이라는 것을.
그는 오늘 밤 조용히 마음속에 다짐했다.
“다시 노래하자, 성호야.
이제는 도망가지 말자.”
창가 너머로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흔들렸다.
그 속에서
성호의 두 번째 인생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화 예고 (8화)
〈스승의 첫 레슨, 그리고 몸이 기억해내는 놀라운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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