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호는 음악회 다음 날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전날 스승님을 만나 생긴 감정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 깊숙이 남아 있었다.
“선생님 얼굴… 진짜 그대로였지.”
그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제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 약간의 조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조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단단한 울림’ 같은 감각이 가슴 안쪽에서 은근히 퍼지고 있었다.
“이제… 진짜 뭔가 달라지기 시작한 걸까?”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호흡은 깊고 안정적이었다.
몸은 여전히 말하고 있었다.
‘계속해. 멈추지 마.’
며칠 전 예약해둔 재검진 날.
아내와 함께 병원에 도착한 성호는
대기실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차트를 들여다봤다.
이윽고 진료실로 불려 들어가자
의사는 컴퓨터 화면을 돌려 보여주며 말했다.
“박성호 씨, 지난 진단 기억하시죠?
폐활량이 기준치보다 상당히 낮았고,
호흡 깊이도 불안정했었습니다.”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시니어 건강 루틴을 시작했죠.”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의사는 화면을 가리켰다.
“폐활량이 15% 증가했고,
호흡 깊이를 보여주는 지표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내가 놀란 듯 의자를 잡았다.
“선생님, 정말요? 그렇게 빨리 좋아질 수 있어요?”
의사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특히 복식호흡 기반의 시니어 건강 루틴은
생각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몸이 ‘제대로 호흡하는 방법’을 되찾으면
회복 속도도 달라지죠.”
성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저… 정말 잘하고 있었던 거군요.”
“네. 아주요.
특히 최근의 조임이나 압박감은
‘안좋아지는 신호’가 아니라
근육이 새 패턴에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그 말은 성호의 가슴 속 두려움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성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버스 엔진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자신이 운전하던 시절의 울림과 겹쳐지며
묘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그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지.”
하지만 오늘,
그의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버스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복부가 천천히 오르내렸다.
그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계속하자.
내 시니어 건강 루틴…
이제는 내 삶을 움직이는 힘이니까.”
집에 도착해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성호야, 재훈이다.”
성호는 반가움과 긴장을 함께 느꼈다.
“선생님… 어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래, 나도 반가웠다.
근데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성호는 숨을 삼켰다.
“제안… 이요?”
“음악회 마지막 곡 말이다.
그거… 네가 다시 불러보는 건 어떻겠나?”
순간, 성호는 숨을 멈췄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강하게 움직였다.
“…제가요?”
“그래.
너는 아직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호흡도 돌아오고 있지 않나.
네가 다시 노래한다면
너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될 거다.”
성호는 손끝이 떨렸다.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살았던 꿈이
갑자기 바로 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
“선생님… 저는… 아직 용기가…”
“용기는 만들어지는 거다.
너는 이미 첫걸음을 내딛었어.”
그 말은
성호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저녁이 되어
성호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복식호흡을 시작했다.
오늘은 유난히 몸의 반응이 좋았다.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했다.
‘내가…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호흡이 배로 내려가며
가슴이 서서히 열렸다.
그 감각은
건강의 회복을 넘어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분명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성호는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해볼까.”
그의 속에서
오래된 꿈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음화 예고 (7화)
〈목소리가 돌아오던 날, 그리고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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