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스승의 첫 레슨, 몸이 기억해내는 놀라운 감각"

 

“성호야, 준비됐지?”

토요일 오전 9시.
스승님 재훈은 오래된 연습실 문을 열며 말했다.
성호는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오래된 연습실 냄새.
기타 케이스의 가죽 향.
벽에 붙어 있는 빛바랜 포스터들.

모든 것이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

 

재훈은 기타를 내려놓고 성호를 바라보았다.

“자, 앉지 말고 서.
몸이 깨어 있어야 해.”

성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어깨가 굳어 있었고, 골반은 조금 뒤로 빠져 있었다.

재훈은 성호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등을 이렇게… 한 번 펴 봐.”

성호는 자세를 고치며
몸이 낯설게 바뀌는 걸 느꼈다.

재훈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게 첫 단계야.
노래는 목으로 하는 게 아니야.
몸 전체로 하는 거지.”

그 말에 성호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시작했다.

“좋아.
그 호흡…
그게 네가 요즘 말하는 ‘시니어 건강 루틴’이지?”

“네, 선생님… 그 루틴 덕분에 숨이 훨씬 안정됐어요.”

재훈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 그 루틴을 오늘도 쓸 거다.”

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느낌은
언제나 사람을 따뜻하게 만든다.

 

재훈은 피아노 앞에 서서 짧은 음을 쳤다.

“자, 이 음을 따라 불러봐.

라—”

성호는 숨을 들이마신 뒤 소리를 냈다.

“라—아…”

그 순간, 재훈은 눈을 크게 떴다.

“성호야… 그 음…
예전보다 더 좋다.”

성호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정말요?”

“그래.
호흡이 잡히니까 음의 중심이 생겼어.
지금 네 배에서 ‘기둥’처럼 올라오고 있다.”

재훈은 성호의 복부를 가볍게 눌렀다.

“여기서 힘이 올라와야 해.
목이 아니라, 배에서.”

성호는 다시 한 번 호흡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이게 다… 시니어 건강 루틴 덕분인가요…?”

재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루틴을 꾸준히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 말에 성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재훈은 성호에게 말했다.

“이제 조금 긴 음을 불러볼까?”

성호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노래했다.

“도—오—오—”

성호 자신이 놀랄 만큼
맑고 안정적인 소리가 나왔다.

마치 오래된 현악기가
다시 울리는 순간처럼.

재훈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성호야… 이건 그냥 회복이 아니야.
네 소리가 완전히 ‘되살아난’ 거다.”

성호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덤덤하게, 그러나 깊은 떨림으로 말했다.

“선생님… 저… 진짜… 다시 노래하고 싶어요.”

재훈은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럼 노래해.
너는 아직… 한 번도 끝난 적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호는 이어폰을 꽂고
젊었을 때 불렀던 노래들을 다시 들었다.

그때와는 달리
가슴 안쪽에서 ‘울림’이 함께 따라왔다.

마치 몸 안에서
음악의 길이 다시 연결되는 느낌.

성호는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계속하자, 성호야.
시니어 건강 루틴도…
노래도…
삶도…”

집 근처에 다다를 즈음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질녘의 금빛 구름.
그 속에서
성호의 두 번째 인생은
더 깊고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화 예고 (9화)

〈첫 공개 연습,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의 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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