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창밖으로 오후 햇살이 번졌다.
박성호는 병원에서 돌아온 뒤, 여전히 가슴이 묘하게 따뜻했다.
‘몸이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의사의 말은
그의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아 있었다.
그는 요 며칠 새로워진 감각들을 떠올렸다.
숨이 깊어지는 순간,
계단을 쉬지 않고 걸었던 날,
그리고 어제 밤에 떠올랐던 옛 기억들.
그 기억 중 가장 강렬했던 건
20대 시절,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던 그때의 자신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그 꿈을 오랫동안 꺼내지 않았다.
일찍 가장이 되었고,
버스 운전대를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꿈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점심 무렵,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기 박성호 씨 댁 맞습니까?”
성호는 조심스레 받았다.
“네, 그런데요…”
“아, 저는 유재훈 선생님 제자입니다.
다음 주에 여는 작은 동문 음악회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유재훈…?”
이름을 듣는 순간
성호의 심장이 오래된 북처럼 ‘쿵’ 울렸다.
재훈 선생님.
그는 성호가 20대 시절 음악을 배울 때
가장 의지했던 사람,
그리고 유일하게 “넌 음악할 재능이 있다”
라고 말해준 사람이었다.
“선생님께서 박성호 씨를 꼭 보고 싶다면서
연락처를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성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제가… 저를요?”
“네. 성호 씨가 부르던 곡을
선생님이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다고요.”
전화를 끊고도
성호는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내는 성호의 얼굴을 보고 놀란 듯 물었다.
“여보, 누구한테 전화 온 거야?
얼굴이 하얘졌어.”
성호는 깊은 숨을 들이쉰 후
아내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재훈 선생님이… 날 찾으신대.”
“그 스승님?”
“그래… 그때 음악하던 시절의…”
아내는 잠시 놀랐지만
금세 부드러운 눈빛으로 성호를 바라봤다.
“여보, 가보고 싶지 않아?”
성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음은 이미 움직였지만
몸이 준비되어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5년 전만 해도
단 3분만 노래를 불러도 숨이 차서
기침이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시니어 건강 루틴을 하며
호흡이 깊어졌고,
가슴의 울림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조금만 더 호흡 연습하고 가보고 싶어.”
성호는 방 안의 낡은 기타를 꺼냈다.
케이스 지퍼는 뻑뻑했고
현은 오래된 나무처럼 거칠었다.
그는 조용히 기타를 무릎 위에 올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슴이 아닌 배로 숨을 들이마시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라… 라아…”
목에서 울림이 올라왔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분명히 예전과 다른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음을 내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잠깐 조여왔다.
“으…읍…”
성호는 즉시 노래를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내가 놀라서 방으로 달려왔다.
“여보, 괜찮아?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성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잠깐 놀란 것뿐이야.
이건 나쁜 신호가 아니라고 했어.”
그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시니어 건강 루틴을 통해 익힌 패턴이
그를 빠르게 안정시켰다.
그리고 알았다.
이 조임은 위험이 아니라
몸이 새로운 호흡법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며칠 뒤, 작은 음악회 날.
성호는 가벼운 셔츠와 재킷을 걸치고
오랜만에 스스로가 ‘단정하다’고 느껴졌다.
아내가 그의 옷깃을 정리해주며 말했다.
“여보… 당신 지금 정말 좋아 보여.”
성호는 쑥스럽게 웃었다.
“시니어 건강 루틴 덕분인가 봐.”
말하는 성호의 목소리엔
어느새 자신감이 조금 담겨 있었다.
음악회가 열리는 작은 문화센터에 도착하자
로비에서 누군가 서둘러 성호에게 다가왔다.
“혹시… 박성호?”
성호는 고개를 들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따뜻한
재훈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성호야… 많이 기다렸다.”
스승과 제자.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마주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공연장 벤치에 앉아
오래전 기억들을 천천히 꺼냈다.
재훈 선생님은 성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숨이 돌아오면… 마음과 꿈도 돌아온다.”
성호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말은
그동안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해주지 않은 말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배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숨은,
지친 몸이 아니라
오랫동안 굳어 있던 마음까지 깨우는 호흡이었다.
그의 안에서
오래 묵혀두었던 무언가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화 예고 (6화)
〈몸의 변화를 확인하는 날, 그리고 스승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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