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낯선 통증, 그리고 흔들리는 마음”

아침 6시 40분.
박성호는 잠에서 깨자마자 반사적으로 복식호흡을 시도했다.
평소처럼 배로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지만,
오늘은 어딘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 답답하지…?”

가슴을 가볍게 누르는 듯한 압박감.
숨은 쉬어지는데, 속이 꽉 찬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열어 햇살을 받아보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의 신호는 더 선명해졌다.

통증이 아니라 묘한 조임.
마치 몸이 그에게
“오늘은 조금 쉬어라”
하고 말하는 듯한 기분.

 

세수를 하던 성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을 보고 조금 놀랐다.
얼굴빛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해 보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는 느낌이 있었다.

아내가 곁으로 다가왔다.

“여보, 오늘 좀 안 좋아 보이는데?”

“아니야… 괜찮아. 그냥 조금 답답해서.”

아내는 성호의 손등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럴 땐 억지로 루틴 하지 말고, 숨부터 가다듬어.”

성호는 침대에 걸터앉아 천천히 깊게 호흡했다.
호흡은 안정적으로 들고 났지만, 그 ‘묘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산책길 초입에 들어섰을 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하지만 몸은 가벼운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평소처럼 동네 초등학교 앞을 지나
작은 교회 앞까지 걸어가던 성호는
불현듯 종아리에서 살짝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네… 어제까진 멀쩡했는데.”

걸음을 멈추자 당김은 사라졌다.
다시 움직이면 또 나타났다.
크게 아픈 건 아니었지만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이 하나둘 쌓이자
그의 불안은 조금씩 커졌다.

‘내가 너무 빨리 좋아지고 있다고 방심한 건 아닐까?’

하지만 동시에
‘이 과정도 시니어 건강 루틴의 일부일 거야.’
스스로를 다독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식탁 위에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성호의 오래된 건강일기장의 뒷장에 끼워져 있던 종이였다.

“여보, 이거 뭐야?”

성호는 깜짝 놀라 메모를 들여다봤다.
그가 병원에서 5년 전 받았던 “정기 관리 권유 메모”였다.

‘호흡 근육 약화, 꾸준한 관리 필요.
스트레스 관리 필수.’

성호는 당황스러운 듯 눈을 피했다.

“그땐… 일하느라 바빠서… 그냥 미뤘었지.”

아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지금 당신이 겪는 이런 작은 신호들…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야.”

그 말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면서도 간절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오후 3시.
성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여보… 오늘 병원 한 번 다시 다녀올까?”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대기실에서 차트를 들여다보던 의사는
성호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박성호 씨, 오늘 느꼈다는 답답함과 조임…
이건 회복이 멈춘 게 아닙니다.”

성호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그럼… 나빠진 게 아니라는 건가요?”

의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몸이 ‘새로운 상태’에 적응하는 과정이에요.
이런 변화는 시니어 건강 루틴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절대로 겁먹지 마세요.”

성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쌓여 있던 안개가 걷히는 듯했다.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몸이 좋아지고 싶어 하는 거였구나…”

그는 루틴을 다시 떠올렸다.
어떤 루틴이든, 익숙해지는 과정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 불편함은 결코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

그는 조용히 다짐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멈추지 않겠다.
내 시니어 건강 루틴… 끝까지 해보자.”

 

그날 밤, 성호는 다시 호흡 루틴을 하며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느껴보았다.

답답함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그 감각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살아 움직인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은 그의 얼굴에는
잔잔하지만 확실한 확신이 스며 있었다.

그리고…
내일 그는 아주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은 성호의 ‘과거’와
지금의 ‘변화’를 깊게 연결해줄 존재였다.

 

다음화 예고 (5화)

〈잊어버렸던 꿈의 흔적, 옛 스승을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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