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아내 앞에서 처음 부른 노래, 그리고 열리는 감정의 문"

 

박성호는 토요일 저녁, 빈 식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오늘 스승님 재훈에게 받았던 첫 레슨이
아직도 몸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복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안정감.
음이 흔들리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느낌.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기분.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도 모르게 시니어 건강 루틴의 호흡이 자동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마친 아내가 다가오며 말했다.

“여보,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성호는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왜?”

“얼굴이… 그래.
뭔가 벗겨낸 사람 같아.”

성호는 웃었다.
그 말은 정확히 오늘 자신이 느낀 감정이었다.

 

아내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지금…?”

성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가며
손끝이 약간 떨리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오랜 시간 숨겨왔던 부끄러움,
자신감의 붕괴,
도망치고만 싶었던 과거의 그림자…
모든 것이 이 순간 하나로 모이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배가 부드럽게 팽창하며
가슴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오랜 습관처럼
그의 몸은 시니어 건강 루틴의 호흡에 따라
준비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그의 앞에 서며 말했다.

“여보… 정말 듣고 싶어.”

성호는 고개를 들고 아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첫 음을 뽑았다.

“라—…”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조용하지만 깊고,
맑지만 무게가 있었다.
아내의 눈가에 순간적으로 떨림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소절.

“그대… 그대만을… 기억합니다—”

아내의 손끝이 입가로 올라갔다.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성호의 목소리는
거실 천장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
아내의 마음으로 곧장 흘러들어갔다.

그는 노래를 마치자
잠시 숨을 고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울고 있었다.

 

아내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다시 노래하는 걸…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당신 몰라.”

성호는 멍하니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은 꽉 막혀 있었다.

“난…
네 앞에서 노래하는 게…
겁이 났어.”

아내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왜?”

성호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내가…
초라해질까 봐.
나 스스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네가 볼까 봐.”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여보…
당신이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늘 당신 편이야.
건강을 잃든, 목소리가 흔들리든
나는… 당신 옆에 있었어.”

그 말에 성호의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그는 아내를 꼭 안았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처럼.

 

잠시 후, 아내가 성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여보… 그 루틴 계속해.
그거… 당신한테 정말 잘 맞는 것 같아.”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니어 건강 루틴…
계속할게.
당신이 듣고 싶다면…
매일이라도 노래할게.”

아내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

성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바람이 지나가며
아파트 창문에 부드러운 흔들림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단단한 결심 하나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도망가지 말자.’

오늘,
성호의 목소리뿐 아니라
마음의 문도…
아내 앞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열리고 있었다.

 

다음화 예고 (10화)

〈첫 공개 연습, 그리고 성호의 삶을 바꾸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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